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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중 갑자기 심장 '쿵'… 돌연사 부르는 '악성 부정맥' 신호일까?
심장은 24시간 쉴 새 없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전신에 혈액을 공급한다. 이러한 생명 활동이 가능한 것은 심장 내 전기 신호를 정교하게 조율하는 '심장전도계(Cardiac conduction system)'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전도계에 이상이 생기면 심장 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지거나 느려지는 부정맥(Heart arrhythmia)이 발생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악성 부정맥'은 심정지를 유발하여 돌연사에 이를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일시적인 불편함을 주는 양성 부정맥과 달리, 심장의 펌프 기능을 상실케 해 뇌와 주요 장기로 향하는 혈류를 급격히 차단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순환기내과 곽혜빈 교수(삼성창원병원)와 함께 심장의 지휘자라 불리는 전도계의 원리를 이해하고, 악성 부정맥의 위험 징후 및 올바른 관리법을 자세히 알아본다.
심장 내 전기 신호 오작동이 원인… 불협화음 내는 '전도계'
흔히 부정맥과 가슴 두근거림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으나, 엄밀히 말해 두근거림은 '증상'이고 부정맥은 '질환'으로 구별된다. 또한 부정맥이 존재하더라도 두근거림과 같은 자각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을 수 있으며, 반대로 두근거림이 있어도 부정맥과는 무관한 경우가 있다. 이처럼 증상만으로는 명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부정맥의 발병 기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심장 박동이 조절되는 근본적인 원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심장은 '심방(Atrium)'과 '심실(Ventricle)'이 정해진 순서에 맞춰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혈액을 전신으로 내보내는데, 이 정교한 박동 순서는 심장 내부의 전기 신호에 의해 통제된다. 이러한 신호를 생성하고 전달하는 조직을 '전도계(Conduction System)'라 칭한다.
이와 관련해 곽혜빈 교수는 "전도계는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역할을 담당한다"며 "지휘자가 제대로 지휘를 하지 않거나 연주자인 심방 혹은 심실이 지휘와 상관없이 제멋대로 연주를 한다면 불협화음이 발생하는데, 이러한 상태가 곧 부정맥이다"라고 설명했다.
운동 중 조기박동 실신 동반 시, '악성 부정맥' 의심
부정맥 중에서도 비교적 흔하게 관찰되는 증상으로는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듯한 느낌의 '조기박동(조기수축)'이 있다. 다행히 대부분의 조기박동은 생명에 위협이 되거나 심각한 심장 질환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낮은 '양성(Benign)'의 경과를 보이므로, 별도의 의학적 조치를 요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모든 조기박동이 안전한 것은 아니다. 일부 심실조기박동의 경우 심실빈맥이나 심실세동과 같은 치명적인 부정맥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이를 '악성'으로 분류한다. 물론 일반인이 단순한 증상만으로 '양성'과 '악성'을 완벽히 구분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발생 시점과 동반 증상을 통해 위험 신호를 감지할 수는 있다.
곽혜빈 교수는 "일반적으로 양성 조기박동이 주로 안정을 취하고 있을 때 발생하는 반면, 악성의 경우 운동 중에 잘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곽 교수는 "단순한 두근거림 외에 실신이나 전실신(실신 전 단계의 어지러움 등)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 또는 특이한 가족력이나 심장 자체의 구조적 이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악성 부정맥을 강력히 의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맥박 측정, 심전도 측정기기로 집에서도 자가 체크 가능해
병원에 가지 않고도 부정맥의 징후를 포착할 방법은 없을까. 특별한 장비 없이 손끝으로 자신의 맥박을 짚어보는 '진맥'은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유용한 자가 검진법이 될 수 있다. 부정맥은 기본적으로 심장의 리듬 문제이므로, 평소 자신의 맥박 수와 규칙성을 확인하는 습관은 이상 징후 발견에 도움을 준다.
최근에는 의료기관의 전문 장비 외에도 스마트워치나 자가 심전도 측정기기(Wearable Devices)가 보급되면서, 개인이 직접 심전도 그래프를 얻고 모니터링하는 것이 수월해졌다. 이러한 자가 모니터링은 병원 방문 당시에는 나타나지 않는 간헐적인 증상이 실제 부정맥에 의한 것인지 확인하는 데 유용한 자료가 된다.
물론 자가 진단에만 의존해서는 위험할 수 있다. 곽혜빈 교수는 "진맥은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수단일 뿐 다양한 종류의 부정맥을 완벽히 감별할 수는 없다"며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반드시 의료기관에서 심전도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운동 전 증상 체크 필수"… 부정맥 예방·관리법
부정맥을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한 생활 수칙은 일반적인 심혈관계 질환 예방 수칙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선 금연과 절주는 기본이며,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한다. 아울러 일상생활에서 카페인의 과도한 섭취를 피하고,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는 급격한 기온 변화(심한 추위나 더위)에 노출되지 않도록 체온 유지에도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운동의 경우 규칙적인 중강도 유산소 운동이 권장된다. 곽혜빈 교수는 "1주일에 3회 이상, 한 번에 30분 이상 꾸준히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단, 운동 중 가슴 통증이나 어지럼증, 두근거림을 느낀 적이 있다면 무작정 운동을 시작해서는 안 된다. 이는 앞서 언급한 악성 부정맥의 신호일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하여 운동 부하 검사 등을 거친 후 안전하게 운동해야 한다.
끝으로 의심 증상이 발생했을 때는 지체 없이 진맥이나 심전도를 활용해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